먹거리이야기

고향의 맛 풀치 - 밥도둑으로 승격하다.

검이불루 2014. 10. 28.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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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입맛이 없을때는 풀치조림에 찬밥을 한그릇씩 뚝딱 비우던 어린시절이 생각 납니다.


풀치는 갈치의 새끼입니다. 아버지는 자주 바다낚시를 다니십니다. 철별로, 다양한 생선을 잡고 계십니다. 그중에서도 갈치를 잡게되면 크기가 작은 녀석들을 꼭 말려서 보내주시곤 합니다. 꼬들꼬들하게 마른 풀치를 물에 잘 불려서 각종 양념을 집어넣고 만든 풀치조림 한그릇이면 밥 한그릇 비우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던 풀치조림은 10대에 떠났던 고향 군산에서 서른을 훌쩍넘긴 나이에 허름한 시장식당에서 먹었던 풀치조림 입니다.

동행했던 일행들이 너무나 맛있게 먹어서 60대로 보이시는 후덕한 주인아주머니에게 여쭤봤습니다.

"이모님 이거 풀치 너무 맛있네요. 제 고향이 군산인데, 어릴적에 할머니가 해주신 것보다 더 맛있는것 같아요. 재료를 좋은 것 쓰시나 봐요"
"써글놈의 풀치가 뭐시 맛있다고 지랄이데...돈도 안되는디....글씨...해망동 어시장에서 파는 것이니께, 중국산은 아니것제....담에는 그런것 말고 비싼 아구찜 먹어..."


고향 군산에서는 풀치는 그저 흔한 반찬거리 였습니다. 사시사철 흔히 볼 수 있는 반찬거리 였으며, 메인요리에 거의 오르지 않는 음식이었죠. 풀치조림이건 풀치구이건....그러나 요즘은 이러한 풀치도 밥도둑으로 각광을 받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추억이 그 맛의 반이지 싶습니다.


전라도의 해안가 시장에 가면 어느곳에서나 흔하게 풀치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잘 마른 풀치는 냄새를 맡아 봤을 때, 꼬랑내가 나지 않는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또한 너무 말라서 톡톡 부러지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물론 부러질 정도로 꼬들꼬들하게 말려서 그걸 물에 불려서  그 깊은맛을 즐길수도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좀더 꼬들꼬들하게 말린 풀치를 하루정도 물에 불려서 먹는것을 좋아 합니다.


요즘은 풀치의 인기 때문인지, 그냥 갈치구이로 먹어도 될 정도의 사이즈도 풀치로 말려서 팔고 있더군요. 이런 풀치는 되도록이면 피해야 합니다. 중국산일 가능성도 높고, 또한 풀치 본연의 식감이나 맛을 살릴 수 없기 때문 입니다. 되도록이면 손가락 2개정도의 너비를 지닌 것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더 넓은것은 풀치특유의 식감을 살리기 어렵고, 너무 얇은것은 계륵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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