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ssip

조훈현과 후지사와, 그리고 낭만바둑의 시대

검이불루 2014. 11. 2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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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http://jmagazine.joins.com/monthly/view/302309>


일년에 4번만 이기면 족하다는 말을 남긴 세계 바둑계의 기인이자 자유인 이었던, 조훈현의 또다른 스승 후지사와 슈코, 조훈현의 날제비라는 별명은 후지사와 슈코를 따라다니며 두웠던 수많은 속기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조훈현은 언제나 세고에 겐사쿠에게는 바둑의 도와 바둑을 대하는 자세, 마음가짐을 후지사와 슈코 에게는 실전틍 통한 가르침을 받았다고 이야기 하곤 합니다. 

이 조훈현의 바둑을 단련시켰던 후지사와 슈코(본명은 후지사와 히데유키)는 일본 바둑계, 아니 전 세계 바둑계를 통털어서도 기인으로 통하는 인물입니다.

의례 바둑기사들이 추구하는 도, 예의범절 따위는 개나 줘버린듯 기행을 일삼았던 기사이다.세고에 문하로 들어가 외로운 나날을 지내던 조훈현을 데리고 다니면서 속기바둑으로 조훈현을 단련시켰던 스승이자, 조훈현에에 내기바둑을 두게하여 세고에 에게서 조훈현이 파문당하게 만든(물론 2주만에 노스승은 다시 조훈현을 받아주게 됩니다..)장본인 입니다. 

늘 술, 도박, 여자를 좋아하던 그이지만 바둑실력 또한 뛰어났기에 6번 연속 기성전에서 우승하기도 한 실력자이다. 이시절 기성전의 상금은 1700만엔으로 알려져 있다. 30년이 훌쩍 넘었으니, 지금으로 따지자면 어마어마한 금액이었을 것이다. 

이 기성전을 1회부터 6회연속 우승을 하게된다. 그리고, 그 유명한 "나는 일년에 4번만 이기면 된다." 라는 이야기를 하게된다. 

술과 경륜,마작 등으로 전 재산을 탕진하고 2009년 죽을때 까지도 여전히 기인으로 살아간 슈코, 흔히들 이 슈코의 죽음과 함께 낭만파 바둑의 아름다운 시절도 같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하는 바둑팬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아침에 집에서 나온 그대로의 차림새로 술병하나 달랑들고 조훈현이 보고싶다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또 이런 노스승의 출현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호탈방에 모시고 정성스레 대접한 조훈현의 인품 또한 새삼스러울 따름이다. 

당시 일본의 바둑계는 조훈현을 문파에 상관없이 매우 따듯하게 대해 주었다. 세고에는 물론이거니와 그 유명한 기타니 도장의 기타니를 비롯하여 후지사와 까지, 전 바둑계는 어린천재 조훈현을 따뜻하게 품어 주었다. 

혼네와 다테마에가 분명한 일본인 이기에 속마음까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의 시대상황이나 여러가지 정황등을 비추어 봤을 때,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이나 바둑계의 상황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본다. 

자칭,타칭 일본바둑이 세계최고라는 인식 속에서 더군다나 자신들의 식민지 생활을 마감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경제적으로 보잘것 없는 한국에서 온 특출난 한명의 천재소년 조차 품어주지 못한다면, 바둑계는 비웃음을 살것이 분명 했으리라. 

그렇기에, 조훈현도, 조치훈도 기꺼이 베푼다는 야량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리라. 

아무리 시대상황이나 여러정황상 그렇다 하더라도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상황으로 대입해 보자, 조훈현이 일본의 어린 꼬맹일 내제자로 받아들이고, 이창호가 옆에서 돌봐주며, 이세돌이 데리고 다니며 실전감각을 익히도록 속기바둑을 봐주는 형세이다. 

조훈현이 노스승의 어깨주물러 주는 사진만으로도 노발대발하던 국민정서상, 상상하기도 힘든 그림이다. 

진정한 극일은 이러한 모습도 흐뭇하게 바라봐 줄 수 있는 아량이 생기기 전에는 요원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요,순시대 제왕학의 한 분야로 만들어져 도도한 역사를 거쳐 한국을 지나 일본으로 건너간 바둑을 현대화 시킨 일본은 이렇듯 조훈현이라는 매게체를 통하여 다시 그 도도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자연스레 넘겨주었다. 

돌고 도는 에너지 순환의 흐름으로 비추어 보자면 세고에와 기타니, 슈코의 이러한 음덕은 훗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시기가 올 것이라고 개인 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아쉬워 하는 낭만바둑의 시대는 마감하였지만, 훗날 또 어느 걸출한 기사에 의하여 인구에 회자될 바둑사의 영웅담이 탄생해 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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