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중원 드디어 구체적 이미지로 내맘속에 들어오다.

검이불루 2010. 12. 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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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보 장르 : 무협액션 
개봉 : 1995년 12월30일 
감독 : 서극 
출연 : 조문탁, 웅혼혼, 상니, 혜천사, 진호 등.. 

줄거리 연봉호는 이름난 칼 제조창. 이곳 당주의 딸인 소연의 관심사는 두 남자, 바로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는 고아 정안과 제조창에 들어온 지 4년 된 철두다. 소연은 두 사람을 싸움 붙여 이기는 쪽을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그녀의 이 계획은 빗나가는데, 정안이 어느 날 자기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사실을 알고는 아버지가 남긴 반 토막의 '칼'을 들고 복수의 여정에 오른 것. 함정에 빠진 정안은 오른팔을 잃게 된다. 정안은 흑두라는 고아의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지만 닥쳐오는 것은 온갖 시련뿐. 그러던 정안은 우연히 아버지의 원수 비룡과 마주치지만 별 도리가 없다. 마적단들이 흑두의 집을 불태우고 난 잔해 속에서 타다만 무술 비서를 발견한 정안은 다시 복수의 길을 결심한다. 

군대를 제대하고 무료한 나날을 지내고 있었을 즈음으로 기억을 한다... 

집에서 뒹굴뒹굴 하던 나는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가볍게 볼 요량으로 빌려온 영화로 기억이 된다. 

내용적으로는 지극히 중국무협영화 적인 스토리 라인을 지니고 있는 영화이다. 무수히 많이 보아왔던 무협영화들 속에서의 중원은 나에게는 그저 침소붕대하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머리속의 이상향에 지나지 않았다. 김용의 소설 씨리즈 속에서의 강호기인들이 판을 치는 중원이란 무대는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려보아도 잘 그려지지 않는 그저 유토피아적인 공간에 지나지 않을 따름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 서극의 칼을 통해서 드디어 중원은 나의 마음속에 현실의 이미지로 자리잡게 되었다. 

서극의 칼 속의 중원은 멋진 영웅호걸도, 권모술수가 판을치는 지략도 없는 날것 그대로의 본능과 생존만 살아 숨쉬는 공간일 따름이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임과 동시에 날짐승들의 순순한 본능이 번득이는 치열한 삶의 투쟁장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 영화에서 조문탁은 완벽한 외팔이 검객의 역할을 충실하게 재현해 낸다. 저 멀리 외팔이 왕우에서 시작된 일련의 외팔이 검객 시리즈가 비로소 서극의 칼에 의하여 완성된 느낌이다. 

더구나 이영화는 홍콩 무협영화 전성기의 쇼부라더스 시리즈의 비장함과 잔임함을 내포하고 있다. 그 흔한 정의도 권선징악도 존재하지 않는 그저 강한 생존본능만이 살아 숨쉬는 그저 좀더 강한 녀석만이 살아남은 어쩌면 씁쓸한 우리네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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