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의 트레이드마크인 파마머리와 콧수염
조치훈! 부산에서 태어나 가족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일본으로 바둑 유학을 간 후 일본바둑의 실질적인 일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한국인이다. 여러 차례의 귀화권유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 국적을 지키고 있다. 중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다시 중국으로 또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인으로 생을 마감한 기성 우칭위안(오청원)과는 또 다른 행보가 흥미롭다.
한국바둑의 대부라 불리는 조남철의 조카로 태어나 어린 시절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바둑계의 진정한 진골 출신이다. 그 실력 또한 걸출하여 일본의 주요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천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조치훈은 그 바둑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한마디로 치열함으로 정의할 수 있는 조치훈답게 유명한 대국기록도 많이 가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대국은 조훈현의 실전 스승이자 영원한 바둑계의 기린아로 불리는 후지사와 슈코와의 83년 기성전을 꼽을 수 있다.
일년에한 해에 4번만 이기면 족하다는충분하다는 바둑계의 기인 후지사와 슈코는 83년 조치훈을 만나기 전까지 우승상금이 당시 1,700만 엔이던 기성전에서 6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기성전의 전야제에서 둘의 기 싸움은 마치 한판의 드라마와 같다.
후지사와는 조치훈에게 딱 4판만 가르쳐 주겠다고 했고, 조치훈도 지지 않고 세 판만 가르침을 받겠다고 응수했다.
당시 일본바둑계에서는 이런 조치훈의 패기 넘치는 모습이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결과는 조치훈의 예언대로 4-3으로 조치훈이 승리하게 된다. 이 승리로 인하여 조치훈은 대삼관을 달성하게 된다.대삼관은 기성, 명인, 혼인보(본인방) 타이틀을 모두 획득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일본언론이 만들어낸 용어이다. 이 최초의 대삼관을 한국인 조치훈이 최초로 달성했으니 속깨나 쓰렸을 것이라고것으로 생각한다.
이 승리가 매우 극적이다. 바둑은 후지사와의 말대로 흐르는 듯했다. 내리 3판을 후지사와가 이기면서 바둑은 싱겁게 끝나는 듯했으나 조치훈은 괴력을 발휘하며 4판을 연속으로 이기면서 결국 기성을 차지하며 최초의 대삼관을 달성하게 된다. 역사깊은역사 깊은 일본바둑에서도 이 대삼관을 달성한 기사는 2명뿐이다. 횟수로는4회이다. 조치훈이 3번, 2013년 이야마 유타가 2번째로 대삼관을 차지하게 된다.
이 대국으로 일본바둑계를 평정한 조치훈은 훗날 7번기의 제왕으로 불려지게불리게 된다.
타이틀이 걸린 7번기에서 통산 29승 9패를 달성하게 된다. 특히 세 번의 7번기는 3패 후 4연승으로 이룩한 기록이다.
또 하나의 유명한 대국은 86년 기성위 도전이다. 고바야시 고이치와의 7번기로 치러지는 기성전에서 조치훈은 중상에 해당하는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휠체어를 타고 대국에 임하는 투혼을 보여준다.
비록 2-4로 패하기는 했지만, 그 상태에서 2판을 이겼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성위를 획득하고도 조치훈에게 모든 영광을 양보한 고바야시 고이치의 운명도 참 얄궂다 하겠다.
고바야시 고이치와 휠체어를 타고 대국을 벌이고 있는 조치훈
비록 의미는 퇴색했지만, 조치훈은 은퇴나 환갑시 혼인보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은퇴 전에 획득했다. 혼인보 쟁기에서 10연패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제 25대 혼인보 조치훈이다. 이 혼인보의 타이틀을 이어받은 기사는 같은 한국 출신 기사 조선진 9단이다.
김옥균과 혼인보 수영의 인연부터 이어지는 세고에, 조훈현, 이창호. 그리고 일본에서의 조치훈, 조선진까지 공식적, 비공식적인 혼인보의 모든 기운은 한국으로 넘어온 느낌이다.
이러한 조치훈이 공식적으로 가진 기록은 아래와 같다.
남성 기사 최연소 입단 (11세 9개월)
6살 어린 나이에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평생을 일본에서 살아온 조치훈에게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강요한다. 그저 조치훈을 인간 조치훈으로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아량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조치훈의 치열함은 이러한 괴리감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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