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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바둑사에 길이남을 이창호

검이불루 2014. 12. 8.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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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신이 존재하다면, 과연 누구에 가장 가까운 모습일까? 아마도 이창호가 가장 근접한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조훈현의 천재성도 조치훈의 치열함도 좋지만, 평범한 이창호의 모습이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창호를 보고 있으면 신의 한 수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락실에서 오락하는 이창호전자오락실에서 오락을 즐기는 이창호의 색다른 모습 출처 : 엔하위키미러


한, 중, 일 삼국에 모두 잘 알려진 현존하는 인물치고, 안티가 없는 사람을 꼽자면, 아마도 이창호가 유일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으며, 경제적 위상의 부상과 함께 중화사상의 기치를 드높이고 있는 중국에서조차 이창호라는 존재는 거의 신격화 되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토록 이창호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놓은 것일까요?


여러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전성기 시절 이창호의 바둑 실력이 가장 첫 이유일 것입니다.


1988년 최초의 세계기전이라 부를 수 있는 응씨배(응창배)에서 조훈현 국수님의 우승 이후,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 7번 중 5번을 한국이 우승했습니다. 당연히 이창호 사범도 우승을 한번 했지요.


이 사건 이후 세계바둑의 기세는 한국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한때는 세계의 모든 기전을 한국 선수들이 휩쓸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 세에 밀려서 많이 고전하는 형세입니다.


전성기의 이창호 사범의 바둑의 특징은 타협입니다. 상대방은 자꾸 싸움을 걸지만, 이창호 사범은 절대 그 싸움에 응하지 않으면서 상대의 날카로운 예봉을 피하기만 한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결국 바둑이 끝나고 계가를 해 보면 언제나 이 사범이 반집 내지는 한집 정도의 차이로 승리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습니다.


철녀 루이나이웨이는 내가 원하는 데로 다 해주는데도 내가 이상하게 불리해지는 바둑이라 칭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창호답게 다양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연소 타이틀 획득, 최연소 세계기전 우승, 최다 연승, 최고승률(86.7%) 등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창호도 박세리를 보면서 꿈을 키우던 박세리 키즈들과 마찬가지로 이창호를 보며 꿈을 키우던 이창호 키즈들에 의하여 자연스레 그 격파법이 연구되게 됩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 했습니다. 이창호 사범은 십 년이 아닌 이십 년 정도였으니 철저한 자기관리와 함께 태생 자체가 천재임이 분명합니다.


같은 동향에 저보다 서너 살 정도 어린 이 친구에게 관심과 애착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역사나 흔히 말하는 전설이 아닌, 실질적인 기록으로 모든 면에서 바둑의 천재성을 고스란히 내보인 이창호는,


저 멀리, 34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혼인보(본인방) 수책(슈사쿠)을 지나 혼인보(본인방)의 기세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세고에(오오청원, 조훈현을 길러낸 일본바둑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 그 세고에의 문하에서 바둑을 배워 현대바둑을 한 단계 끌어올린 중국의 오청원(우칭위안)의 시대를 관통하고, 진정한 천재 조훈현을 거쳐 당대에 이른 바둑의 진정한 진골입니다.


아직 그 후계자를 논하기엔 이른 감도 있고 어색하기도 하지만, 이창호 이후의 바둑을 이어나갈 기재가 눈에 띄지 않아서 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물론 이세돌, 강동윤 등등의 뛰어난 기재들이 있기는 하지만, 전 세계 바둑 왕좌의 권좌를 차지하기에는 부족해 보일 따름입니다.


아니, 어쩌면 더 이상은 이창호와 같은 기재는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뭐, 이대로 이창호를 마지막으로 봉인된다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며 그 막중한 임무를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천재의 출현을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더불어 이창호 사범이 바둑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덕분에 아주 즐거웠고, 충분히 자부심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동시대에 태어나서 당신의 바둑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에겐 커다란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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