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이야기

설, 연휴, 할머니의 돼지고기 김치 산적

검이불루 2024. 2. 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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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명절이나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할머니 댁에 방문하면, 언제나 할머니는 마루에 채반을 펴 놓으신 채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계셨습니다.

 

그 많은 음식 중에서 아직도 잊히지 않는 음식 중 하나가 돼지고기 김치 산적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 전집에서 팔거나 하는 김치 산적을 보면, 많은 재료가 혼합되어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지만 어릴 적 맛보던 그 단순하지만, 묵직한 맛은 느낄 수 없습니다.

 

적당히 익은 김치를 투박하고 길게 찢어서 준비하고, 검지손가락 굵기로 길게 썬 돼지고기 안심살을 소금으로 살짝 밑간하고 대나무로 만든 꼬치에 정성스럽게 한 겹 한 겹 끼워서 살짝 밀가루를 묻히고, 계란 물을 입혀 약한 불에서 은근히 익혀낸 할머니의 돼지고기 김치 산적은 지금 생각해 보면, 음식이 아니라 그리운 할머니에 대한 추억입니다. 평소엔 비싸서 아껴서 사용하던 해표 식용유를 명절 음식이나 제사음식 준비에는 아낌없이 사용했지요.

그렇게 만들어진 산적들을 나무채반에 달력을 찢어서 뒷면의 눈처럼 하얀 부분을 펼쳐두고 정성스럽게 담아두면, 우리들은 온 집안을 놀이터처럼 뛰어다니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손에 집히는 대로 집어 들고 고기만 떼어먹고 김치는 그대로 채반 위로 다시 던져뒀지요. 그 모습을 본 할머니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는 꾸지람을 하곤 했습니다.

 

그리운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2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제 슬슬 부모님의 안부가 걱정되는 나이가 돼버렸습니다.

 

이번 설 명절에는 어릴적 할머니가 해 주시던 산적을 만들어 부모님과 추억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감히 할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산적을 재현할 수 없겠지만, 자식을 생각하는 손주를 생각하는 그 마음만큼은 같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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