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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구(規矩)는 중국 신화시대 복희씨의 발명으로 알려진 콤파스와 곱자다. 곱자는 공고 건축과 학생들이 들고 다니던 T자나 같은데 ㄱ자로 꺾여 있어서 직각을 구하는데 쓰인다.
언뜻 생각하기에 직각 구하기가 쉽지 싶지만 맨바닥에서 직각을 구하려면 반드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해야 한다. 그냥 적당히 생각해서 대충 직각을 그려놓고 그걸로 대형 건물을 지으면 아주 황당한 일이 생긴다.
규구는 목수의 상징물이다. 규구준승(規矩準繩)이라 해서 콤파스, 곡척, 수준기, 먹줄 이 네가지가 있어야 비로소 목수 노릇을 할 수 있다. 이를 줄여서 규구라고 하는 것이다.
기술이 좋아도 규구준승 이 네가지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 지식만으로 안 되고 반드시 연장이 있어야만 한다.
오늘날 지식도 강단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하나의 연장이 되었다.
연장이 없는 사람과는 장벽을 쌓아놓고 소통을 거부한다.
아무리 지식이 있어도 연장을 휘두르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으니 이것이 학계의 병폐다.
문제는 규범이나, 규칙이나, 규율이나, 규정이나, 규찰이나 이런 말이 다 규구에서 나온 것인데 규구를 모르면서 규칙을 알고, 규율을 알고, 규정을 알고, 규찰을 알고, 규범을 알 리가 있느냐다.
규칙도 규율도 규정도 규찰도 규범도 법규 상규 예규도 모르는 사람과 무슨 대화를 하겠느냐는 거다. 규는 콤파스다.
콤파스는 하나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동그랗게 묶어버린다.
규칙 규율 규정 규찰 규범 법규 상규 예규는 하나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동일한 반지름의 거리에 속하게 인간들을 묶어버리는 것이다.
콤파스로 땅바닥에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그 땅바닥에 그어진 금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 곧 규칙이나 규율이나 규정이나 규찰이나 규범인 것이다.
이러한 본질에 대한 인식이 없이 함부로 법규를 논하고 규범을 논하고 규정을 논한들 공염불이다. 항상 그렇듯이 본질을 알아야 한다. 출발점을 알아야 한다.
- 서프라이즈 김동렬님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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