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이야기

미깡 우아기 쓰봉 수리미 벤또 쓰메끼리....그리고 황교익의 야끼니꾸...

검이불루 2018. 10. 1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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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이라는 맛 칼럼니스트(?)에 의해서 인터넷이 떠들썩하다. 다름아닌 불고기 논란이다. 맛 칼럼니스트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방송에 자주 비추는 거로 봐서 엑스퍼테이너(제가 만든 전문가+방송인을 지칭하는 조어) 정도로 인지하고 있을 따름이다.


황교익으로 인하여 때아닌 불고기의 어원설에 대한 논쟁이 후끈하다.

황교익의 요지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불고기란 말이 일본의 야끼니꾸에서 번안되어 퍼졌다는 설이다.

예상대로 인터넷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다른 논쟁은 차치하도록 하겠다. 한 시간 정도만 인터넷 서칭을검색을 해도 불고기의 어원이 야끼니꾸가 아니란 증거는 차고 넘친다.


이 글에서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보도록 하겠다.

글 제목에 나타나는 미깡(밀강), 우아기(상의), 쓰봉(바지), 수리미(오징어), 쓰메끼리(손톱깍기), 벤또(도시락) 이런부류의 단어는 일제강점기를 겪은 할머니나 어머니 밑에서 자란 사람들이라면, 어린 시절 흔하게 듣던 일본어이다.

시골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땅을 소유하고, 지역유지 노릇을 하던 우리 집안에도 일제 강점기의 시작과 함께 소유하고 있던 땅 대부분을 빼앗기고 강점기, 해방, 좌우대립, 유신, 민주화 등 현대사의 모든 질곡을 다 경험한 할머니가 계셨다.

어린 시절 전주에 살던 내가 군산 큰집에 가면, 언제나 할머니는 손자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셨다.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지만, 할머니는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지니고 계셨다.

그런 할머니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만 보면, 

"이리와 XX아, 이 미깡 한번 먹어 봐."

"수리미 구웠으니까 먹어"

"쓰봉 좀 잘 입고 다녀. 더럽히지 말고..."

"우아기 어따뒀냐...."

"XX이, 거기 안방 뺴다지에서 쓰메끼리좀 가꽈바~..할미 손톱 좀 깎게..."


일상적으로 이런 말들을 듣고 자랐다. 아무런 저항감 없이 알고 있던 이 단어들은 고등학교에 가서 일본어를 배우면서 일본말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불고기를 맛깔나게 하셨던 할머니가  "쇠고기 구워놨응꼐 얼른 먹어. 식으면 맛없어." 라는 말은 자주 했지만, 할머니의 입에서 "야끼니꾸"란 단어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음식 맛의 90%는 추억에서 비롯된다며, 어린 시절 일본에서 반찬가계를 하셨다던 할머니의 음식 맛에 아련한 감정을 드러내던 황교익 씨에게 어린시절 맛보던 일본음식에 대한 아련함이 은연중에 그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듯 하다.

어린 시절 무수히 듣고 자란 단어 중에 불고기를 야끼니꾸라고 들으며 자란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객관적으로 생각해 봐도 좀 회의적이다.

일본에서도 야끼니꾸는 일반적으로 구워먹는 고기를 통칭하여 쓰곤 하지만, 주로 한국식 고기구이를 야끼니꾸라 한다.

만약 불고기가 야끼니꾸의 번안이 정착된 거라면, "불고기"라기 보다는 "고기구이"로 불리는 것이 좀 더 타당하다. 뜬금없이 "불고기"라는 조어가 "야끼니꾸"에서 나왔다고 유추하는 것은 너무 억지스럽다.

다만, 불고기의 설명을 듣던 일본인 누군가에 의해서 아, 그거 "야끼니꾸" 아니야 라고 했을 순 있겠다.

불고기의 어원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불고기가 일본어 야끼니꾸의 번안이 정착되었다는 황교익의 주장은 설 자리가 없을 것 같다.


황교익 씨는 지금이라도 똥고집 그만 부리고, 솔직하게 자신의 경솔함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길만이 그나마 남아있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근거를 들어서 반박하는 네티즌의 글들을 싸잡아서 중졸 수준의 댓글부대로 비아냥거리는 행동은,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했지만 5남매를 훌륭하게 잘 길러내시고, 그 5남매의 자식들까지 건사했던 할머니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다.

일본 속담에, "거짓말도 백번 하면 진실이 된다."라는 속담이 있다.

훗날 누군가에 의해서 황교익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불고기 어원 논란의 새로운 실마리 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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